중국 CBDC 발행과 위안화의 세계화
들어가며
지난 10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 의지를 천명하며 블록체인과 산업에서의 패권 장악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이와 동시에 중국 인민은행은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의 발행을 예고하여 중국 국내외 화폐 유통 방식및 통화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인민은 지난 10여년간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급격한 지불수단의 변화를 겪었다. 중국 이전에 근대화와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들이 [현금 -> 신용카드 -> 온라인 결제 -> 모바일 결제] 라는 지불 방식의 변화를 여러 해에 걸쳐 겪었다면 중국 인민은 압축적인 경제 발전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전 국민이 현금 사용에서 곧바로 위챗페이, 알리페이와 같은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게 된 특이한 사례이다.
이와 같이 국가 주도의 모바일 페이먼트를 포함한 핀테크 산업 육성 기조 하에 중국 인민들이 사용하는 현금,예금등의 지불 수단이 하루 아침에 변화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새로운 지불 방식의 수용(adoption)속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중앙 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라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 역시 발행 후 전국가 적으로 그 활용 및 수용 속도가 급속도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구조 하에서 중국은 계속하여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에 대항하여 위안화를 세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으며, CBDC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필자는 본 글을 통해 중국 CBDC의 운영 및 재무 구조를 살펴보고 중국 인민은행의 CBDC의 발행이 중국 국∙내외적으로 미칠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1. CBDC란 무엇인가
CBDC 란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어로서, 말그대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의미한다. 즉, 우리가 현재 지불과 예금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폐 (이를 본원통화 또는 M0라고 부르기도 한다)와 다를 바 없으나 물리적인 지폐 또는 동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1과 0의 디지털 형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CBDC이다.
이는 생소한 개념이 아닌 것이, 현재 우리가 송금을 위하여 사용하는 토스나 카카오페이 상에서 우리는 전산으로 처리된 송금 결과와 잔금만 확인할 뿐, 실제로 물리적인 화폐가 이동하는 것을 보지는 못한다. “돈”의 이동이 이와 같이 장부상으로 확인되고, 이러한 장부가 중앙화 또는 분산화된 장부 상에서 위조되지 않는 다는 보장이 있다면 굳이 물리적인 통화를 주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CBDC와 현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익명성”에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현금 1,000원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해보자. 우리는 이 1,000원권을 이전에 누가 가지고 있었는지, 또 어떠한 거래에 사용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는 그 거래이력과 보유자를 손쉽게 추적 가능하다. 이 때문에 탈세,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그리고 불법 활동에 대한 감시가 용이하다. (참고: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 연구소장 무창춘은 중국의 CBDC가 익명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믿거나 말거나. https://www.blockchai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46)
현재 각 국가에서 CBDC의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배경에는 비트코인을 필두로한 암호화폐를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화폐의 출현을 비롯하여, 페이스북 리브라와 같은 기업 주도의 디지털 화페 발행으로 인한 통화 정책 전파 (이는 후에 더 자세하게 설명)의 방해에 대항하기 위함이다.
2. CBDC의 종류 및 구조
일반적으로 CBDC는 구조는 계좌 기반 (account-based)인지 토큰 기반 (token-based)인지의 여부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전자는 중앙은행에 직접적으로 요청(claim) 함으로써 거래가 이루어진다. 반면 후자는 디지털 월렛 간의 토큰 교환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계좌를 기반으로 한 CBDC의 거래는 계좌가 중앙은행에 개설되어 있다는 것 외에 우리가 익숙한 상업은행 예금자 간의 거래와 유사하다. 송금자는 웹페이지 또는 앱을 통해 로그인 하여 중앙은행에 수신인의 계좌로 송금을 요청한다. 중앙은행이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여 중앙 장부를 업데이트 하면 거래 사실이 확정된다.
한편, 토큰 기반의 CBDC의 경우 단순히 장부상의 기록이 아닌 실제 디지털 형식의 화폐의 이동을 통해 결제가 이루어진다. 이 때, 토큰 기반의 CBDC를 거래하기 위에서는 토큰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토큰 기반의 CBDC를 활용하여 거래시 현금과 비교하였을 때 완전한 익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익명성의 정도는 중앙 기관에서 지갑을 관리하는지의 여부와 거래 기록이 저장 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다.

Source: CASTING LIGHT ON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Mancini-Graffoli (2018)

Sources: Digital Currency Research Institute of PBoC, Binance Research
바이낸스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CBDC는 토큰 기반으로서, 중앙은행에서 직접적으로 시장에 통화를 공급하는 것이 아닌 상업은행을 통해 시장에 통화를 공급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이중구조를 채택하여 중국 인민은행은 현재의 통화 순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CBDC를 공급한다.
3. CBDC의 재무적 특징
중국 CBDC는 다음의 세 가지 재무적 특징을 가진다.
M0 (본원통화)의 일부를 대체
전액지급준비제도(full-reserve banking system)
이자 지급 없음 (무이자)
중국 CBDC는 M0의 일부를 대체하여 발행되는 것으로, 중국 위안화와 1:1
비율로 페깅되어 발행되는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 (e.g. 테더)과는 다르다. 즉, 기본적으로 현금과 동일하나 결제,국가간 송금, 자금세탁과 같은 위법행위의 감시의 용이성을 높인 M0인 것이다.
한편, 상업은행은 CBDC를 공급받기 위해서 예금의 100%를 지급준비금으로 중앙은행에 적립해야한다. 이러한 전액지급준비제도는자산 버블 등 위험 요소를 통제하고 뱅크런을 방지하는 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예금의 일부만 지급준비금으로 남겨 놓고 나머지를 대출함으로써 화폐창조를 하던 시중은행은 CBDC에 한해서는 신용창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본원예금 규모 안에서만 대출해 주는 매우 제한적인 범위의 금융중개기관의 기능을 수행한다.
즉, CBDC는 통화창출효과가 없는, 오로지 개인간 또는 기업간 지불을 위해 이용되는 화폐이다. 이는 현재까지 밝혀진 현재까지 밝혀진 중국 CBDC의 공식 명칭이 ‘DC/EP’ 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DC와 EP는 각각 ‘Digital Curency’와 ‘Electronic Payment’의 약자로서 중국의 CBDC가 ‘전자 지불'에 방점을 두고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불어 CBDC는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데, 이는 일반 M0 예금 유치의 감소로 인한 상업은행의 수익성 약화 및 기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4. CBDC 발행이 중국 국내에 미치는 영향 : 상업은행의 자금 중개기능약화 및 수익성 악화
앞서 중국 CBDC는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고, 따라서 CBDC가 아닌 일반 M0 예금의 유치를 위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간의 충돌이 발생하거나 상업은행 간의 경쟁이 심화되지 않는 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CBDC가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산을 CBDC가 아닌 일반 M0로 보관하는 것을 선호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많다.
CBDC는 신용창출로 만들어진 화폐가 아닌, 전액지급준비 시스템에 기반하여 발행되기 때문에 일반 M0와 비교하였을 때 더 안정적인 가치저장의 기능을 한다. 따라서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자산을 은행에 일반 M0로 예치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CBDC로 저장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제2금융권의 금리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이 제 1금융권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참고: https://noder.foundation/chinese-cbdc/) 따라서 예금 감소로 인한 대출 등 자산운용이 위축되는 등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예금 유치를 위한 상업은행간의 경쟁으로 인한 예금 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5. CBDC 발행이 중국 국외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CBDC는 단순히 M0의 일부분을 대체한, 중국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높은 지불 용이성을 지닌 화폐일까?
중국은 초기에는 제한적인 양의 CBDC의 발행을 통해 CBDC가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운영 노하우를 어떠한 국가보다 빨리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에는 점차 CBDC의 발행량을 늘려 CBDC의 국외 유통규모의 확대와 이를 통한 중국 위안화의 세계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CBDC의 공급 주체로 꼽히고 있는 알리페이, 텐센트를 필두로 중국은 이미 글로벌 디지털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발도상국지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와 금융인프라 구축 정도를 보았을 때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과 더불어 화교가 거주하는 동남아 중심으로 중국 CBDC가 대량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
지속적인 양적 완화와 국가 부채비율 증가로 인한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높은 가치안정성과 지불용이성을 지닌 중국의 CBDC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된다고 할 때 중국 위안화의 세계화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도 더이상 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