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다르다 ?
피치 못할 것과 길러야 할 것
블록체인이 유망 산업으로 대두되기 시작함과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은 유망하지만 암호화폐(또는 비트코인)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 산업 육성이 필요하나 비트코인은 그리 큰 가치가 없다.’
고 주장하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이나 한국 등 각 국 정부기조 역시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을 장려하나 비트코인과 관련한 법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며 유명 경제학자나 심지어 유시민 같은 지식인도 ‘비트코인은 사기다’ 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 매우 용감하게 내뱉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 필자는
‘저 분들은 과연 비트코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하지만 비트코인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구분, 그리고 후자의 무가치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생각해봐야하는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만약 필자의 생각이 틀렸다면 과감하게 인정하고 싶으니 그 논의의 장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글을 쓴다.
결론부터 제시하자면,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비트코인이 무가치하다 주장하기에 앞서, 블록체인이 육성되어야 할 이유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육성되기 위한 선결조건에 비트코인이 필요하지 않다면 그 주장이 옳을 것이다. 반면 육성되어야 하는 이유에 비트코인이 필수 불가결하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기존 기술에 비해 블록체인이 가지는 특수성이 ‘분산화’에 기반을 둔다고 생각한다. ①최초의 그리고 가장 널리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으로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될 수 있는 사상적 근간(분산성)을 상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으며 ②비트코인의 탈중앙화가 담보되지 못하면 결국 그 어떤 블록체인도 분산화된 장부로서 널리 기능하기 힘들것이다.
탈중앙화와 분산성을 용납하기 힘든 국가의 본질적인 특성 상, 비트코인은 강대국들로부터 환영받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어떤 독립된 개체도 쉽게 이를 배척하거나 금지할 수 없다. 금지하는 순간 여타 게임플레이어들이 이를 이용할 가능성을 남겨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③비트코인은 국가 육성 없이도 다른 플레이어에 의해 자생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이 탄생하기 전까지 인류는 지불사기(비트코인 백서에서는 이를 ‘이중지불’로 표현한다. )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존재로써 신뢰있는 중개인을 필요로 하였다. 그리고 그 최종 종착지에는 국가가 존재했다. 결국 국가는 그 어떤 존재보다 더욱 힘있는 피라미드의 최상층이 되어 거래행위의 적부를 판단하고 일정한 기준에 의해 교환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 경제활동에 신뢰를 부여하게 되었다.
국가는 정당한 폭력을 바탕으로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교환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기를 처벌함으로써 교환에 안정감을 부여하였다. 그 일련의 행위는 국가가 화폐를 발행하는 유일한 기관이 되게 하였고 국가와 연결된 각종 금융 기관이 교환의 중개자 역할을 하며 그 과정에 참여하는 End Point의 시민들이 문제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에 바탕을 두었다.
하지만 댓가로 시민은 국가가 발행한 ‘화폐’만을 교환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결국 그들은 국가의 방만한 화폐발행으로 부가 이전되거나, 방만하게 운영한 중개자(금융기관)에 의해 발생한 피해를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보전해주게 되거나(2008금융위기),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현상(각종 제3세계 국가의 인플레이션)에 무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십년 전 어느날 비트코인이 탄생하였다. 두 행위자간 신뢰 없이 송금이 가능한 전자거래 수단이 나타난 것이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고 비트코인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19년 11월 24일 현재,
257개 국가 중 124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으며

9320개의 노드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거래내역을 처리 중에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10년간 불변하였으며 시간이 지날 수록 거래내역의 진실성은 더욱 담보되어 (Confirmation의 누적) 보존 될 예정이다.
비트코인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물음은 단순히,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키느냐.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기능할수 있느냐 또는 가치를 가지느냐의 좁은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이 물음은
비트코인이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적어도) 관할 영토 내에서 각종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시민을 통제하던 중앙 집중화된 권력이 여러 주체에 의해 분산화 될수 있는 가능성에 전세계를 노출시켰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분산화의 상징이 그의 탄생 10년 동안 국가만이 가지고 있던 화폐발행권을 기업이 발행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을 열며 더이상 기업이 국가에 완전 종속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리브라이다. 자세한 내용은 미디엄글 참조)
초국경적 글로벌 사회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감당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었던 제3세계 국가들의 주머니에 대안이 나타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각국 중앙은행의 CBDC 발행을 위한 주된 목적을 생각해보자)
더 나아가 기존 달러, 위안화 패권을 흔들 수 있는 매우 다양한 주체가 게임 플레이어로 등장했다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미국은 달러패권을 기반으로 엄청난 양적완화를 진행하였다면, 대안으로서의 기업발행 화폐, 여타 국가의 CBDC(대표적으로 중국 위안화가 있다)가 있다.)
즉 비트코인 그 자체가 뿐 아니라 그로인해 파생된 여러 블록체인 기반 화폐/암호자산이 전 세계의 게임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가능성을 열어준 시작점 이후에도
아직까지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다른 토큰과 달리 발행자의 익명성에 근거, 탈중앙화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어느 한 국가가 이를 배척할 경우 다른 행위자(다른 국가, 혹은 기업)가 비트코인을 이용하여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이 형성되어 있다.
발행자가 익명성을 유지하고 전세계에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10,000여개의 노드가 동시에 거래내역을 검증하는 가장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이라는 것. 그럼에도 비주류에 머물러있는 여타의 익명성코인(그린, 모네로 등)과 달리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메인스트림으로의 편입이 준비되고 있다는 점(BAKKT, BitcoinETF 등).
그 과정 중 이를 단독으로 배척하는 국가는 오히려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 함부로 비트코인을 금지하지 못한다는점 (예를들어 중국이 비트코인을 완전 금지하면, 미국이 이를 이용, 비트코인을 더 많이 보유하는 등의 통제권을 더욱 확보하게 될 것이고 위안화 약화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가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산업을 전면 금지하지 않고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현재까지 비트코인을 ‘공중에 부유'하게 만든다.
만약 비트코인이 실패할 때 블록체인 산업은 유지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이 분산화를 표방하는 블록체인 산업의 사상적 근간을 형성하고 있음에 반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보다 더욱 탈 중앙화됨과 동시에 널리 퍼진 블록체인을 찾을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트코인이 파괴될 경우 어떤 블록체인의 분산성을 믿을수 있을까. 비트코인의 파괴는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시킨 거래의 검증 분산화를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
분산성의 근간이 무너질때 블록체인이 기존 기술에 비해 갖는 이점을 찾을 수 있을까. 당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비트코인은 무가치하다’는 명제가 모순됨을 증명하는 지점이다.
물론 국가권력의 누수를 발생시키는 비트코인의 특성상, 이를 패권국가에서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여타 경쟁자의 비트코인 이용가능성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완전 배척하기 힘들 것이다. 그동안 비트코인의 확장은 국가 외의 다양한 플레이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탈중앙화된 신뢰의 도구로서 기능한지 10년 경과한 유일한 존재로서의 비트코인의 가치는 바로 이곳에서 발생한다. 앞으로 비트코인 가치 역시 미,중,일본등의 강대국 그리고 여러 글로벌기업등 다양한 플레이어의 선택이 결합되어 결정될 것이다.
오늘의 문제제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이 가지는 입장을 면밀히 추적하고자 한다. 그 속에서 비트코인의 사상적 측면이 가지는 가치를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